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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입춘(立春) 소감

by inmythirties 2023.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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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춘(立春)

입춘은 태양의 황경에 따라 1년을 24 절기 중 첫 번째 절기입니다. 첫 번째 절기인 만큼 정월과 설날에 멀지 않습니다.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봄이 시작하는 절기입니다. 중국 화북 지방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기상과는 정확하게 맞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입춘이라고 마냥 따뜻하지는 않습니다. 입춘은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이고 농경사회에서 계절은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한 해의 대길을 기리는 풍속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는 집의 곳곳에 좋은 글귀를 써서 붙이는 것입니다. 이를 입춘축이라고 부릅니다. 보리뿌리를 캐서 풍년일지 흉년일지 가늠해 보는 풍속도 있고, 충남에서는 오곡 씨앗들을 솥에 넣고 볶아서 가장 처음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풍년일 것이라 예상했다고 합니다. 을 것도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근래에는 입춘이라고해서 위와 같은 풍속들을 해보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입춘은 전통적인 의미보다는 계절을 나타내는 시기로만 와닿습니다.

2. 유난히 추웠던 겨울

작년 연말에는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새벽에도 몇 차례 날씨가 추우니 조심하라는 경보문자를 받았습니다. 며칠간 눈이 오고 날은 다시 추워지기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추훈 겨울날씨에는 곤란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저는 실내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눈이 온 후 날이 추워 얼어붙어버리면 실외 주차장의 이중주차 차량을 힘으로는 밀어낼 수 없습니다. 차를 무사히 빼는 것이 매우 곤욕스러워지는 것입니다. 추워진 날씨와 나름의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은 바로 가스비 인상입니다. 다행히도 뉴스에서 본 사례들처럼 가스비가 두 배 세배로 나오는 경험을 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추운 날 온도를 높이기 위해 보일러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제 마음도 가스처럼 바싹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직 1월 가스비 사용료를 고지받지 못해 매일 불안함에 떨고 있습니다. 가스비가 얼마가 나올지 한편으로는 기대됩니다. 고질병이 있는 오른쪽 어깨도 문제입니다. 가을까지는 그나마 움직일만했는데, 온도가 내려갈수록 뻣뻣해지더니 꽁꽁 얼어붙은 모양입니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할 줄 아는 스트레칭 가짓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3. 입춘대길을 기원하며

저희 팀은 다같이 점심시간이면 회사 내 도로를 산책로 삼아 걷곤 합니다. 자연에 둘러싸인 곳에 회사가 위치해 있어서 시야가 트여있고 20분 내외로 걷기에 적당한 길이입니다. 어제는 걷던 도중 한결 따뜻해진 날씨에 놀랐습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 정말 잘 맞는 입춘입니다. 반가운 입춘 날씨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김에 새삼 '입춘대길(立春大吉)'을 생각해 봅니다. "입춘을 맞이하며 크게 길한다." 입춘대길의 뜻입니다. 저는 올해 벌써 원하는 것이 두 가지나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는 마스크를 벗고 운동을 하는 것이고, 추웠던 만큼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린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크로스핏을 좋아합니다. 안타깝게도 2019년 크로스핏을 시작한 이후 2020년 COVID-19 방역정책 때문에 약 3년 넘게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했습니다. 다시 돌아와 올해 벌써 이루어진 소망은 제가 무언가를 성취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일이라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나름의 입춘을 빌어 한 가지 더 바라자면, 올해 봄 여름 가을을 지나 다시 겨울이 오는 것입니다. 이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정확하게는 올해 봄 여름 가을을 지나 다시 맞이하는 겨울은 작년보다 노련하고 조금이라도 성장한 제가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제 마음이 간사해서 겨울이 오면 다시 주차와 가스비 걱정하거나 시원찮은 어깨에 힘들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이 지난 입춘과 같은 따뜻한 날씨라면 금새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진정한 기쁨은 어려움을 헤쳐나간 뒤 잠시 들르는 감정입니다. 힘겨운 겨울을 잘 보내신 분들 모두 올 한 해 입춘대길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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