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들이 보는 달
달은 지구의 위성입니다.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달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보입니다. 어느 때는 다 먹고 남은 수박껍질처럼 한 귀퉁이만 보이기도 하고,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지구에서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학의 관점에서는 하나의 밝혀진 사실일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첫 번째는 아무리 달이 사람에 의해 정복된 외계더라도 죽을 때까지 저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달의 한 면만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달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태양에 비치는 각도에 따른 것일 뿐 본질은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2.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은 새해가 시작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보름달을 지칭합니다. 대보름은 실제 가장 큰 보름달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대보름의 '대'자는 큰아버지, 큰형 등 맏이를 지칭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즉, 새해를 맞이하는 첫 보름달이라는 뜻입니다. 아무튼 보름달이 차기까지는 15일이 걸리니, 음력으로 1월 15일이 정월 대보름입니다. 2023년 올해는 2월 5일, 오늘이 정월 대보름 날이었습니다. 풍속에는 정월 대보름에 쥐불놀이, 다리밟기, 더위 팔기 등과 같은 놀이도 하고 찰밥과 나물을 먹으면서 보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정부 혹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아니라면 이제는 풍속놀이는 보기가 어렵습니다. 당연한 것이 도심에 사는 개인이 '쥐불놀이'를 하겠다고 난리를 피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게다가 '다리밟기'는 다른 사람의 다리를 밟는 놀이인데 위험해 보이니 요즘은 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단, '더위 팔기'는 제외입니다. '더위 팔기'는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고 "내 더위 사가라."라고 말하며 여름철 더위를 파는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더위를 팔 수는 없지만, 재미 삼아서 친구나 가족끼리 해보기에 적당해 보입니다. 아마도 정월 대보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런 놀이보다는 찰밥이 아닐까 예상됩니다. 찰밥은 찹쌀, 기장, 수수, 서리태, 적두를 섞어서 지은 오곡밥 입니다. 갓 지은 찰밥도 충분히 맛있지만, 조금은 차갑게 식은 상태로 김에 싸서 먹을 때 맛이 제일입니다. '진채식'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만 아홉 가지나물을 다 준비하는 집은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버섯, 고사리, 호박, 무 정도를 나물로 준비하시곤 합니다. 나물반찬은 만드는 과정에서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다 보니 어머니가 해주시는 것이 아니면 먹을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3. 세 집 이상 성이 다른 집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다.
세 집 이상 성이 다른 집 밥을 먹어야 그 해 운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아마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1인 가구들도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이웃 간에 음식을 나누어 먹는 건 이제는 드문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조선시대 인심으로는 가능한 일이었을까요? 저는 작년까지도 정월 대보름에 저희집 외에 다른 집의 밥을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저는 생일이 2월입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인지한 사실이지만, 정월 대보름과 생일은 항상 멀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매년 생일 부근 주말에는 부모님께서 서울 집으로 밥을 먹으러 오라 하십니다. 올해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저도 좋습니다. 혼자 있을 때는 귀찮아서 혹은 할 줄 몰라서 못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을 배부르게 먹고 푹 쉴 수 있는 데다, 부모님 얼굴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생일에 부모님 집에 다녀오면서 한 살 더 먹은 만큼 새로운 한 해를 더 잘 보내보자는 다짐도 합니다. 올해 다른 점은 장모님께서도 밥을 먹으러 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덕분에 이틀 연속으로 정월 대보름 음식을 성이 다른 두 집에서 먹었습니다. 대보름 음식만이 아닙니다. 처가댁에서도 제 생일을 기억해 주시고 케이크와 함께 생일 축하를 받았습니다. 많은 음식들을 하셨을 생각에 죄송하고 동시에 감사했습니다. 대보름음식으로 치자면 올해 저는 성이 다른 두 집 밥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생일 상까지 하면 네 집 밥을 먹은 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저는 올해 운이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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