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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집이 있는 내고향

by inmythirties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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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족

1. 제비

제비는 참새목 제비과의 길이 18cm 정도로 작은 새입니다. 한국에서는 꾀나 흔한 여름새이지만, 도심지에서는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제비는 9월 9일 중앙절에 강남으로 갔다가 3월 3일 삼짇날에 돌아온다고 합니다. 숫자가 겹치는 날 떠났다가 겹치는 날 돌아오는 것을 보며 사람들은 예전부터 제비를 영물이자 길조로 여겼다고 합니다. 때문에 제비가 집 안에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을 좋은 일이 생길 징조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2. 고향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지금 제가 고향이라고 부르는 곳은 분명히 서울이지만 도심보다는 시골에 가까운 동네입니다. 빌딩숲이나 아파트단지도 없고, 주변은 작은 산이 감싸고 있습니다. 설날에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까치가 도처에 있고, 외래종이긴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터를 잡은 청설모도 간간히 볼 수 있습니다. 여름 장마철이면 엄마개구리 무덤이 떠내려갈까 봐 걱정하는 청개구리들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산 둘레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반가운 동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멀리서나마 동물들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아쉽지만 멀리서 보는데 만족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제비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제비 부부는 낡은 빌라 주차장 입구 위에 집을 부지런히 짓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비집만 보고선 전화로 귀찮게 주차장 위에 새집이 생겼다며 제게 툴툴거리셨습니다. 아마 당시에는 그게 제비집인 줄은 모르셨던 것 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비집의 새끼들이 알에서 나왔습니다. 제비부부는 번갈아가면서 열심히 새끼들에게 먹을 것을 토해주었고 새끼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랐습니다. 제비는 어느새 어머니를 비롯한 이웃들에게 우리 빌라의 마스코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새끼제비들은 다 크면 집을 떠나고, 어엿한 제비부부가 되어서 집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작년에 엄마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알을 낳고 새끼들에게 먹을 것을 토해줍니다.

 

3. 아들

지금 다니는 회사와 집과 거리가 멀어서 저는 고향에서 떠나 회사 근처로 독립하였습니다. 집에서 떠나 독립한 것이 새끼 제비와 퍽 비슷합니다. 하지만 제비와 다른 점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터전을 잡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독립한 아들인 저는 잠시 인사를 드리러 갈 뿐입니다. 부모님께서는 매년 돌아오는 제비를 보면 제게 전화를 하십니다. "아들, 우리 빌라 주차장에 제비가 돌아왔다. 그리고 또 새끼를 낳았어." 이런 말을 들으면 저는 어머니께서 아마 아들이 보고 싶은 것이시구나 짐작하곤 합니다. 아니면 자식을 키우느라 치열하게 고생한 젊은 부부시절이 기억나시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제비집 소식이 들리면 여자친구와 함께 제비집을 구경하러 갈 예정입니다. 제비가 전해줄 다음 좋은 일이 무엇일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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