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환
강철의 연금술사라는 만화에는 팔과 다리가 온전치 못한 형과, 양철갑옷의 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해당 만화의 주요 소재는 연금술입니다. 연금술은 본래 금이 아닌 다른 물질로부터 금을 만드는 것이나, 만화에서는 금을 만드는데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물질 또는 형태 간 변화를 총칭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이를 실현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연금술사로 불립니다. 엄마를 만들어 내려다 실패한 대가로 동생은 몸을 잃어버렸고, 동생의 영혼을 갑옷에 보존하기 위해 형은 팔과 다리를 잃어야 했습니다. 이렇듯 만화에서 무언가를 연성하는데 불변의 법칙은 등가교환의 법칙입니다. 이는 공대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열역학 제1법칙과 꽤나 유사합니다. 무언가를 연성하기 위해서는 동등한 가치의 어떤 것을 대가로 소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등가교환의 법칙은 이야기를 극적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 평소에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이러한 관용구를 차치하고서라도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의식주 전반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고, 흔히는 돈이라는 형태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물론 때로는 돈이 아닌 다른 것들을 대가를 지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2. 피아노
최근 결혼을 앞두면서, 살고있던 집의 인테리어를 새로 꾸몄습니다. 21평 복도식 구축 아파트인 탓에, 베란다가 길게 늘어져 있고 집의 구조가 썩 효율적이지는 못합니다. 혼자 살기에는 취미로 할만한 것들을 위한 짐이나 살림살이를 두기에 좁지 않았지만 둘이 살기에는 협소한 면이 있습니다. 여기서 '취미로 할만한 것들'이라 함은 기타, 디지털 피아노, 풀업 바 같은 것들입니다. 저는 대학교 때 밴드 동아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핑계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이 되어서야 기타를 한대 사서 취미로 즐겼습니다. 한참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닐 때, 그게 잘 안 풀리면 정신건강을 관리한다는 핑계로 방에서 기타를 치고는 했습니다. 피아노는 취업 이후 욕심에 산 사치품에 가깝습니다. 정작 얼마 치지는 못하고 전시만 해두던 참이었으니까요. 코로나 이전에는 대학교 친구와 공원 같은 곳에서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했었는데, 서로 바빠지고 코로나까지 겹치니 사용 빈도가 줄어들었습니다. 신혼살림을 꾸리기에 앞서, 기타는 어떻게든 세워두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으니 괜찮지만 그 큰 피아노를 남겨둘 명분이 없었습니다. 너무 거창한 표현이긴 하지만 행복한 신혼생활을 위해 디지털 피아노를 처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중고거래 어플로 꽤나 괜찮은 가격에 피아노를 팔았습니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3. 시간
오랜만에 경희대 대학병원에 왔습니다. 저는 병원이 싫습니다. 정확하게는 병원에 와서 무언가를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견디기 어렵습니다. 병원에 온 이유는, 어머니의 수술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해 들은 내용으로는, 의사의 소견은 이번 수술이 어렵지 않고 심각한 병이 아니라는 것이 설명입니다. 교환의 관점에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저희 남매를 키우기 위해 지불한 대가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주어지는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하지만 현실과 만화는 달라서, 등가교환의 법칙이 딱 들어맞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 쇼핑을 하면 최저가 쇼핑몰을 찾아 헤매고, 중고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더라도 흥정이 기본인데 어머니는 이런 거래에 영 소질이 없으셨나 봅니다. 지불한 시간도 한세월인데, 수술까지 받으시니 말입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가 되고, 이제 충분하니 값은 그만 치르시라 이야기할 작정입니다. 나머지 모자란 게 있다면 그 정도는 좀 깎아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아무튼 고생해서 키워둔 아들이 해결할 테니 이제는 아프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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