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텀블러의 정의
텀블러는 손잡이가 없고 긴 형태의 컵을 의미합니다. 이름의 기원은 그 형태 때문에 한번 구르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구르는데서 왔습니다. 재질로 유리부터 스테인리스, 플라스틱까지 다양한 소재가 사용됩니다. 요즘 흔히 부르는 텀블러는 긴 원통형 모양에 뚜껑이 달려있습니다. 정의와는 다르게 원통형 모양 대신 캐릭터 형태로 만들어진 것들도 있고, 같은 원통형 모양이더라도 겉면에 화려한 그림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반영한 디자인이 프린팅 되어있기도 합니다. 일례로 스타벅스에서는 자체적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를 만들고 판매합니다. 충성고객이 많은 스타벅스이기에, 텀블러를 구매하는 방법까지 인터넷에 매뉴얼화되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새로운 신상 텀블러가 출시될 때마다 그를 수집하는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최근 미디어에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플라스틱 컵 반환 보증금까지 언급되고 있어서 스타벅스가 아니더라도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텀블러를 판매하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텀블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텀블러가 정밀 친환경 제품인지 확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 텀블러와 탄소배출
텀블러는 자연에서 뚝하고 생성된 것이 아니므로, 당연히 제조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었을 것입니다. 제조 에너지 측면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고 가정하면 탄소배출이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드물어 보입니다. 게다가 전생에 주기로 치자면 일정양의 탄소배출은 피할 수 없습니다. 재질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텀블러 하나를 만들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양은 약 500g 정도입니다. 이에 반해 플라스틱 일회용 컵은 23g, 종이컵은 11g 수준입니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텀블러 하나가 배출하는 탄소배출양은 플라스틱컵의 20배가 넘는 것입니다. 하지만 텀블러의 친환경성이 모두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텀블러는 일회용 컵과는 달리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환경보호재활용단체 CIRAIG에서는 텀블러의 경우 제조 및 폐기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배출이 발생하지만, 재사용 시 적정량의 세제를 사용하여 세척한다는 전제 하에, 약 1000회 이상 재사용 시 일회용 컵보다 친환경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세척과 관련된 환경영향을 제외한다면 약 100회 이상 사용부터 친환경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3. 친환경 제품을 대하는 올바른 마음가짐
CIRAIG의 발표 내용에 근거하여, 텀블러의 친환경성이 100회 이상 사용이라고 밝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결국 사용자가 구매한 텀블러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면 환경측면에서 텀블러는 일회용 컵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스타벅스의 텀블러 판매량은 매년 260만 개를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본래 제품의 의도와는 다르게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리바운드 효과를 불러온 것입니다. 비닐봉지나, 에코백 역시 이런 리바운드의 예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기 비닐봉지는 종이봉투를 대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폐기하는 관습 때문에 지금은 오히려 탄소배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코백은 이러한 비닐봉지를 대체하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일회용 컵과 텀블러의 관계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에코백 역시 수집 및 구매행위 자체에 초점을 두고 자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비닐봉지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것에 의문이 생기고 있습니다. 에코백이 비닐봉지보다 친환경적이기 위해서는 약 131회 이상 재활용되어야 합니다. 결국 텀블러나 에코백과 같은 친환경을 위한 제품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인식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친환경의 잣대로 개인의 소비를 모두 제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다음번 자유롭게 새로운 제품을 소비하기 위해서 지금 있는 제품을 다시 소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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